第4話 : 바보 대덕


  옛날, 소나 돼지를 잡으며 살아가던 어느 白丁이 갑자기 중이 되고자 하여 절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절에서는 살생을 업으로 삼아온 백정을 행자로 삼을 수 없다 하여 받아주지 아니 하므로 사정사정하여 가까스로 절에서 밥짓고 나무나 하는 불목하니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는 누더기 베옷에 삭발한 머리를 하고 절의 잡일을 도맡아 하였으나 워낙에 무식하고 미련한 지라, 절밥을 먹은 지 10년이 지나도록 염불은 고사하고 불경 한 줄을 외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절의 중들은 그에게 "大德" 이란 별호를 붙여주고는 온갖 힘들고 궂은 일에 그를 부려 먹었습니다.

또한, 인근마을에서도 잔칫날 개 돼지를 잡거나 초상부고를 돌리는 등 힘들고 궂은 일이 있으면 으레 그를 불러다가 부려먹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덕은 불평 한 마디 하는 법이 없이 고분고분 시키는 일을 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바보 대덕"이라 부르며 놀려먹곤 하였습니다.

대덕은 쉬는 날이 없이 항상 일만 하였습니다. 비가 내려 냇가에 물이 불어나면 혼자서 힘들게 징검다리를 놓고, 고된 일을 하는 아녀자나 노인이 있으면 쫓아가서 거들며,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약초를 캐다 주기도 하고, 상주가 없는 주검은 장사를 치루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 혼자 사는 병든 노인을 간호하다가 밤늦게 산을 넘어 절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쏟아진 심한 눈보라에 파뭍혀 그만 얼어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대덕을 찾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신은 산골짜기에 묻힌 채 이듬해 여름에는 무성한 잡초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대덕이 없어지니 절에서는 나서서 경내를 쓸거나, 땔감을 해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인근 마을에서도 이제 귀찮고 어려운 일들을 손수 해야 했으며, 큰물이 져서 다리가 떠내려가도 누구 하나 다리를 놓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대덕이 얼마나 귀중한 사람이었던가를 깨닫고 그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 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덕이 묻힌 곳 잡초 더미에서 이듬해 봄 보리수의 싹 하나가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대덕이 명색 중이랍시고 목에 걸고 다니던 염주알 중의 하나가 싹을 튀운 것입니다.
그후 그 보리수가 자라 밑둥이 수 아름이나 되는 거목(巨木)이 되었는데 그곳에서 지성으로 치성을 드리면
불치병이나 고질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합니다.)


재화(財貨)가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아니면 학식(學識)이 깊거나......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그러나 가진 재화를 일신(一身)의 전유물로 간수할 뿐, 남에게 베풀 줄을 모르고,
높은 지위를 가지고 오로지 많은 사람 위에 군림할 뿐, 봉사할 줄을 모르며,
심오한 철학과 해박한 지식을 지녔으되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런 이를 바보 대덕보다 낫다 하겠습니까?
구름 같은 허명(虛名)을 좆기보다 바보 대덕처럼 묵묵히 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
이런 이들이 진정한 우리들의 스승이 아닐까요?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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