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7話 : 때묻은 장기알이 名藥


  조선 선조 때의 名醫로서 동의보감을 저술하여 동양의학계에 불멸의 업적을 남겨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허준.

그가 어느 날 해으름녘에 길을 걷고 있노라니 어디에선가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그 울움소리가 어찌나 심금을 울리는지 도저히 그 자리를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리가 나는 집을 찾아가 보니 늙은 부부가 방에 엎드린 채, 가슴을 쥐어짜며 울움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인 일로 그렇게 슬피 울고 계십니까?"

불쑥 나타난 낯모르는 객의 물음에 울음을 그친 노인이 땅이 꺼지도록 긴 한숨을 짓고는 그들 내외가 통곡한 연유를 말하였습니다.

노인 내외는 살림도 유족하고 부부간에도 금슬이 좋아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오직 슬하에 자식이 없는 것이 큰 恨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조석으로 정한수를 떠놓고 삼신께 자식하나면 점지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영험하다는 점장이들의 말을 좆아 푸닥거리도 셀 수 없을 만큼 벌였습니다.
명산대찰을 찾아가 재도 올리고, 조상의 선영을 옮기는 등 자식 하나를 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노부부의 지성에 하늘이 감응하였는지, 아니면 조상의 음덕 때문인지 뜻밖에도 노년에 아이를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낳고 보니 아이가 떡하니 꼬추까지 달고 있는 게 아닙니까?

노부부의 기쁨이 오죽했겠습니까?
금이야 옥이야 기르는데, 아이가 원하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러갈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이가 크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열흘 전부터는 음식마저 제대로 삼키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간 좋다는 약은 다 먹여보았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래서 그저 자식이 죽어가는 모습만을 바라보며 이렇게 울고 있노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허준이 아이를 잠시 진맥한 후에 노인에게 이르기를, 너무 걱정말고 젊은 머슴들이 드나드는 동네 사랑방에 가서 오래된 장기알을 얻어다가 푹 삶아서 그 물을 먹여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떠거머리 머슴들, 하루에도 수차례 소피를 보고, 또 더러는 은밀하게 손장난도 치지만 일을 본 후에 좀체 손을 씻는 일이 없으니 그들이 만지는 장기알은 대개 때와 기름으로 흠뻑 절어 매끄럽고 번들거리기가 마치 갯가의 검은 조약돌 같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노부부가 불결하고 어떻고를 따질 때입니까? 당장에 동네머슴들 사랑방에 있는 장기알을 몽땅 구해다가 푹푹 달여서 아기에게 먹였습니다.
그런데 참 신통하게도 아이가 차츰 기운을 차리더니 밥도 받아 먹고 조금씩 걸음까지 걷게 되었습니다.

훗날 아이가 건강을 되찾았을 때, 노인이 허준을 찾아가 크게 사례하며 자식의 병명과 장기알이 약이 되는 연유를 물었습니다.

"댁의 아드님은 지나친 편식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린 데다가, 지나친 호강으로 몸의 기가 오히려 쇠진해진 것입니다. 정기를 북돋고 영양을 속히 보충하는 데에는 젊은 사내들의 양기와 진기가 가득 절여져있는 장기알만한 것이 없지요"

희대의 명의 허준의 말입니다.
 
 


몸에 좋다 하면 끔찍한 벌레까지도 서슴없이 먹어치우는 사람들,
이들이 또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장기알을 찾아 나설지 모르겠으나, 요즘엔 약재로 쓸만한 장기알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우대는 멀쩡하나 체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요즘 어린이들,
버릇 없고, 참을성도 부족하며, 매사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어린이들,
오늘날엔 부모들의 과보호로 이런 병적인 어린이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자식을 위한다는 일이 오히려 자식을 버리는 일이 되고나 있지 않은지 모든 부모님들이 한 번 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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