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17話 :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


  어느 산중에 살던 들쥐 부부가 늙으막에 딸을 하나 얻었다.
머리털이 희끗희끗 새기 시작하고, 미간의 주름도 하루가 다르게 깊어 가는 터에 첫자식을 보게 된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자식 하나를 얻기 위해 좋다는 약은 빠짐없이 구해 먹고, 굿이며 푸닥거리도 신물이 날 만큼 벌였었다. 아침 저녁으로 산신령님께 축원도 드리고, 영험하시다는 앞산 돌미륵님께도 밤낮으로 지성을 바쳤지만, 내내 감감 무소식이라 그저 속절 없이 늙어가는 터인데 뜻밖에 늙은 부인이 딸아이를 낳은 것이다.

이 늙은 부부의 기쁨이 오죽 했으랴!
딸을 보물단지 다루듯, 신주단지 모시듯 애지중지 길렀는데, 고맙게 딸아이도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처녀가 되어 뭇 총각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을 때, 그녀가 그의 부모에게 말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습니다."

ㅡ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누구일까? 그래, 저 햇님이지!
햇님이 없으면 풀과 나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들쥐들도 살아 남을 수 없으니까. 이렇게 단정한 노인은 해를 찾아가 딸의 뜻을 전하고 사위가 되어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자 해가 말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도 더 강한 자가 있습니다."
"햇님보다도 더 강한 자가 있다니요? 도대체 그가 누구입니까?"
"구름입니다. 구름은 나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은 구름을 찾아갔다. 그러나 구름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바람은 저보다도 몇 배 힘이 더 강합니다. 그는 나를 던져버릴 수 있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인은 다시 바람을 찾아가 딸을 아내로 맞아줄 것을 부탁했다.

"아, 참 고마운 부탁입니다. 사실,내 앞에서 끝까지 버텨낼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저기에 있는 저 산만은 나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저 산만은 꿈적조차 하지 않습니다. 따님의 남편은 마땅히 저 산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노인은 다시 산을 찾아갔다.

"높고 큰 산이여!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위대한 자여! 부디 내 딸을 당신의 신부로 맞아 주시오."

그러나 산도 정중하게 노인의 청을 거절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내 몸이 크고 또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강자가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들쥐입니다. 저는 들쥐를 당할 수가 없습니다. 들쥐가 내 몸을 마음대로 뚫고 헐어내도 나는 꼼짝을 못 합니다."

그제서야 노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바로 자기들 들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딸은 들쥐에게 시집을 갔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고 한다. 자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미물보다도 못한 미천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우주보다도 더 위대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가 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위대한 존재들이다.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고 자신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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