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13話 : 유비, 아기를 내던지다.


  조운(趙雲).

후한말(後漢末) 상산(常山) 진정(오늘날의 중국 하북성 正定 부근)사람으로 자(字)를 자룡(子龍)이라 했다. 관우, 장비, 마초, 황충과 더불어 촉한의 오호장군(五虎將軍) 중의 한 사람으로, 전장에 나서면 범같이 날래고 무서운 장수이지만 평소에는 말이 없고 겸손하며, 또 더러는 무인(武人)답지 않게 수줍음까지 타곤 하여 삼국지(三國誌)에 등장하는 숱한 영웅호걸들 중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가장 물씬 풍겨주는 인물이다.

때는 건안 30년.
조조의 백만 대군에 밀려 유비가 신야성에서 강릉으로 후퇴할 때의 이야기다.

조운은 유비의 권속과 종자, 특히 유비의 두 부인과 공자 아두(阿斗)를 수호하는 중임을 맡았다. 그러나 경산 부근에서 조조의 추격군을 만나 교전하는 중에 그만 유비의 가족을 모두 잃고 말았다.

"아, 이제 무슨 면목으로 주군(主君)을 대하랴!"

그는 적진 속으로 뛰어 들어 잃어버린 두 부인과 공자를 찾아 헤맸다. 좌충우돌, 적병의 숲을 헤매던 그는 적에게 잡혀 묶여있던 미축을 구하고, 다시 간옹 장군과 유비의 첫째 부인인 감부인을 구해냈다. 그리고는 다시 단기(單騎)로 적의 수중으로 뛰어들어 조조가 가장 총애하던 대장(大將) 하후돈을 한 칼에 벤 후 마침내는 공자 아두를 찾아냈다. 갑옷을 풀어 세 살짜리 공자를 가슴에 품은 그는 천겹 만겹으로 둘러쌓인 적병의 그물을 뚫는 대탈주를 시작했다.

벌떼처럼 시커맣게 몰려드는 백만대군......
그 한 가운데를 질풍처럼 헤쳐가는 한 마리 외로운 호랑이 조자룡!
그가 휘두르는 청홍검 끝에서는 선혈이 무지개를 이루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적의 수급(首級; 목)이 낙옆처럼 쌓였다. 멀리 경산 마루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조조는 탄식하기를 마지 않았다.

"아, 내가 저 조자룡을 얻어 막하에 둘 수만 있다면 천하를 얻지 못한 들 무슨 후회가 있으랴!"

초인적인 무용(武勇)을 과시하며 마침내 적진을 빠져나온 조운은 유비 앞에 부복한 후, 온통 피투성이가 된 갑옷 속에서 공자 아두를 꺼냈다.
피와 살이 튀기는 죽음의 계곡을 빠져 나온 줄도 모르고 세 살짜리 아기는 쌔근쌔근 잠이 들어 있었다.
조운으로부터 아기를 건네받은 유비의 눈가에 보일 듯 말 듯 눈물이 서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유비는 대갈일성과 함께 안고 있던 아기를 냅다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이놈 때문에 하마터면 조운과 같은 "고굉지신"을 잃을 뻔 했다. 아들은 다시 낳아기를 수 있으되 조운 같은 장수를 어디서 다시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만부부당(萬夫不當)의 무용(武勇)과 청죽(靑竹)같은 지조(志操)로 주군을 섬긴 명장(名將) 조자룡!

일점혈육보다도 신하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인군(仁君) 유현덕.

군신의 관계가 이처럼 훈훈하고 아름다울 때 두려운 적이 어디 있으랴! 오늘날 무한경쟁 사회에서 조직사회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이들의 아름다운 관계가 한낱 옛날 이야기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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