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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은행신탁」의 창간을 맞이하여


재정경제원 은행보험심의관

김 진 표


계간 「은행신탁」의 창간을 모든 금융종사자들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은행신탁이 우리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으로 보아서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신탁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될 정기간행물이 전문인들의 노력에 의하여 발간됨으로써 앞으로 우리 신탁업 및 제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계간 「은행신탁」이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는 금융산업의 급변하는 흐름을 전달하고 원활한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길잡이로서, 정책담당자에게는 바람직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위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우리 신탁업의 지나온 발자취를 되돌아봄과 아울러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 신탁업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우리 신탁업은 1961년 신탁업법 제정 이후 수차의 신탁업 체계 변천을 거쳐 1983년부터 신탁업의 취급 은행이 확대된 이래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성장을 해왔다는 점이 큰 특정이라고 하겠습니다. 1983년말에 약 1조 7천억원에 불과하던 신탁 수탁액이 13년만인 작년 말에 그 100배를 넘는 178조 4천억원으로 증가하였으니 연평균으로 보면 매년 약 1.6배의 증가를 기록한 셈입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동안 금전신탁의 저축성예금 대비 비율도 11.0%에서 128.9%로 역전되었으며, 제2금융권 저축 중 금전신탁의 점유비중도 8.8%에서 33.3%로 크게 증가하는 등 신탁업은 그 양적인 팽창에 못지 않게 우리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우 커져 이제는 신탁의 움직임이 금융시장의 동향을 상당히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신탁업의 급속한 성장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탁업에 종사하시는 은행 관계자들이 장기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신탁상품의 수탁증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신탁상품이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60년대 초에 신탁업에 관한 법령을 정비하고 신탁업의 육성방침을 세운 것은 금융자원이 부족하던 시대적 여건에서 경제개발에 소요되는 내자조달시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신탁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탁업의 성장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다른 금융업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앞섰던 규제완화와 자율화를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금융산업은 요즘도 흔히 지적되는 바와 같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하여 오랜 기간동안 많은 규제와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경험을 거쳤고 이러한 제도와 관행은 경제규모의 확대와 경제활동 다기화에 따라 점차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꾸준히 규제완화 시책을 추진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탁업은 다른 금융업에 비하여 보다 일찍이 그 자율성을 확보하여 왔으며 신탁재산 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를 제외하고는 감독당국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자율성의 조기 확보는 금융기관이 보다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여 결국 신탁업의 남다른 성장기반 조성에 일조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신탁의 규모 및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자연히 그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였으며, 따라서 신탁의 급속한 성장에서 파생되는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탁상품이 시중은행의 단기성 상품과 유사하게 변질됨으로써 신탁업무가 은행업무와 동질화되어 간다는 비판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금융산업에서 신탁업을 육성·발전시켜온 것은 경제발전에 필요한 장기산업

자금의 조달을 그 주목적으로 하였던 것이나, 수탁증대를 위한 각 행의 노력과 경쟁은 신탁이 단기성 자금까지도 과도하게 유치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여 신탁상품과 은행계정의 저축상품과의 차별성이 희박해짐에 따라 신탁이 그 본질을 상실하게되었다는 지적, 즉 소위 Identity Crisis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많은 지적이 있었던 문제가 실적배당 원칙의 약화문제입니다. 본래 신탁은 고객의 재산관리제도인 까닭에 수탁자가 그 위탁재산을 관리 ·운용하여 생긴 결과를 그대로 위탁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므로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신탁업의 육성이 필요한 금융현실에서 이러한 원칙을 100% 관철시킬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원본의 보전이나 이익의 보족이 가능한 상품을 두어 왔던 것이며, 이러한 원본보전 또는 확정배당상품이 신탁의 수탁증대에 크게 기여하여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탁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실적배당 원칙의 강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고, 또한 실적배당 원칙이 회복되지 않으면 신탁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지난해에 신탁상품의 장기화 유도 및 실적배당원칙의 강화를 위한 몇 가지의 제도개편을 단행하였던 것입니다. 제도개편이후 종전에 비하여 수탁증가규모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써 우리 금융산업에서 수탁의 역할과 위상을 보다 확실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으며, 또한 최근에는 수탁측면에서도 대체로 제도개편 직후에 비하여는 어느 정도 회복된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4단계 금리자유화 이후 은행의 MMDA판매에 따라 여타 제2금융권의 금융상품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신탁상품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도 신탁이 장기금융상품으로서의 성격을 이미 분명히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신탁과 관련하여 장기금융상품으로의 성격 규정 및 실적배당 원칙의 확립이라는 정책목표에 따라 제도를 유지·보완하고 감독을 수행하여 나갈 것입니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규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금융기관의 영업에 정부가 불필요하게 간섭한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라고 보며, 오히려 우리 금융시장에서 신탁의 입지를 나름대로 확고히 하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건전한 성장발전을 이루어 나가도록 하기 위한 정책방향임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 신탁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서 재산신탁의 육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 신탁업은 지금까지 금전신탁을 위주로 성장하여 온 것이 사실이지만, 본래 신탁은 위탁자의 재산관리제도로서의 기능을 그 본질로 하므로 금전신탁뿐 아니라 재산신탁을 활성화하는 것이 신탁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별도의 신탁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은행이 신탁을 겸영토록 하는 체제를 취해 오고 있어 상대적으로 재산신탁에 대하여는 소홀하였으며, 재산신탁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약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경제활동의 다기화에 따라 각 경제주체의 재산관리를 위한 다양한 수요가 개

발되는 추세에 있어 재산신탁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정부로서도 이미 재산신탁의 활성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마련한 바 있고 최근 업계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산신탁의 활성화를 통하여 잠재적인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은행의 영업기반을 확대함과 아울러 금융기관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보다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재산신탁의 활성화는 금융의 겸업화 확대의 시대적 추세 속에서도 신탁업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금융시장 개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은행이 위축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금융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 확정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보다 선진화되고 합리적인 체제 속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감독체계가 확립되면 신탁업에 종사하시는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지금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업무상의 부담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은행계정과 신탁계정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해짐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은행경영이 가능해짐은 물론 신탁업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여러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어려운 노력으로 탄생하게 된 계간 「은행신탁」이 우리 신탁업, 더 나아가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기여할 수 있도록 관계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계속 꾸준한 노력을 해주시길 바라며, 정부로서도 여러분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다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계간 「은행신탁」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1997. 9.30. 계간 「은행신탁」창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