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12話 : 누가 죽음의 나라까지 따라가는가?


  옛날 어느 마을에 네명의 아내를 둔 부자가 하나 살았다.

그는 여러 아내 중에서도 첫째 아내를 가장 사랑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항상 곁에 두고 지극한 애정을 베풀었다.
둘째 부인은, 남들과 오랫동안 피나는 싸움을 벌인 끝에 빼앗은 여인으로서, 항상 가까이 두고 소중하게 여겼으나 첫째 부인만큼 정을 주지는 아니 하였다.
셋째 부인은, 그저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한번씩 찾아가는그런 여자였고,
넷째 부인은 아예 하녀와 같은 존재였다. 그녀에겐 날마다 고된 일만 시켰으며, 사랑의 행위는 커녕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내준 적이 없었다.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흐르는 세월이 그의 머리를 허옇게 물들였을 때, 그는 부득이 강 건너 멀고 먼 땅으로 이사를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이사 가는 날 뜻밖에도 첫째 부인이 같이 떠나는 것을 거부하였다. 누구보다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부인으로부터 등돌림을 당하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부인! 이게 무슨 짓이요? 나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당신을 가장 사랑했고, 당신을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이 나를 버리다니요?"
"그래도 저는 당신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의 간곡한 요청을 그녀는 한 마디로 차갑게 거절했다.

"저도 영감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번엔 둘째 부인이 들고 나섰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당신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피나는 싸움을 벌였고, 또 당신을 지키기 위해 온갖 어려운 일도 마다 않고 해치웠소.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떠나겠다는 거요?"
"영감님이 저를 얻기 위해, 또 저를 지키기 위해 남들과 싸우신 것은 영감님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 제 뜻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떻튼 저는 영감님을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첫째, 둘째 부인으로부터 외면을 당한 노인은 셋째 부인을 찾아갔다.
"설마 당신은 나를 버리지 않겠지?"
그러자 셋째 부인이 대답했다.
"저는 당신의 은혜를 입었으니 성 밖까지는 배웅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같이 강을 건널 수는 없습니다."
'아!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는 부인들의 비정과 배신에 눈물을 뿌리며 별 수 없이 넷째 부인을 찾아가 같이 동행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가지요. 저는 당신을 섬기는 몸이니 물 속이든 불 속이든 어디든지 함께 가겠습니다."

뜻 밖에도 넷째 부인은 선선히 그를 따라 나섰다. 그리하여 그 외로운 노인은 사랑하고 아끼던 부인들로부터는 모두 외면을 당하고, 평소 하녀처럼 함부로 대하던 넷째 부인 만을 대동하고 쓸쓸히 강을 건넜다.

 
 
이 설화에서 "강 건너 땅"은 어디를 말하는가?
그곳은 인간이면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할 땅, 곧 죽음의 나라이다.
누가 죽음의 강을 건너 저승까지 우리를 따라 가는가?

동반을 거절한 첫째 부인은 인간의 육체를 상징한다.
둘째 부인은 집에 쌓아둔 재물이요,
셋째 부인은 부모, 처자, 친구, 친척들을 뜻한다.
이들은 모두 우리가 생전에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것들이지만 우리가 이생에서 생을 마감하는 순간 모두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만다.
육체는 곧 썩기 시작하고, 재물은 부지깽이 하나도 손에 쥐고 가지 못한다.
부모나 처자 친구들도 슬퍼하며 묘지까지는 따라오지만,
땅 속에 묻히고 나면 곧 돌아서서 떠나고 만다.

저승까지 따라가는 것은 오로지 넷째 부인, 곧 우리의 마음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쓸데 없이 부질없는 일에 매달리고, 헛것에 힘을 쏟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자기 마음은 제대로 간수할 줄모르니, 사는 것이 허망하고 각박할 수밖에......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심즉시불(心卽是佛)이요, 일체유심조(一體 唯心造)라 하였다.

또 마음을 일컬어 그림을 그리는 화공(畵工)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모두 내 마음이 지어낸 것이라 하였으니, 극락(천당)과 지옥이 모두 내 마음 속에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 세상이 고해(苦海)다, 화택(火宅)이다 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맑고 곱게 다듬을 일이다.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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