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6話 : 상한 고기를 사오너라


  옛날, 어느 가난한 선비집에 손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집 부인은 오랫만에 하인에게 쇠고기를 한 근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그런데 하인이 사온 고기를 보니 색깔이나 냄새가 아무래도 이상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상한 고기가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이 하인에게 물었습니다.

--- 이 고기를 어디서 사왔느냐?
--- 예, 덕쇠놈 푸줏간에서 사왔는뎁쇼.
--- 그래, 지금 그 푸줏간에 고기가 얼마나 남아있더냐?
--- 글쎄요, 한 한짐 정도나 될까요?
--- 그렇다면, 지금 바로 가서 그 집에 있는 고기를 몽땅 사오너라.

부인은 장농을 열고 그간 한푼 두푼 모아둔 돈을 모두 꺼내어 하인에게 주었습니다.

---아니, 그 많은 고기를 다 어다다 쓰실려구요?
---그건 네가 알바 아니다.

하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가더니 이내 지게에 고기를 잔뜩 지고 돌아왔습니다.

--- 애썼다. 이제 뒷뜰 은행나무 밑에 구덩이를 파고 그것을 몽땅 묻어라.

하인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부인의 얼굴을 처다보았습니다.

--- 아니 마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요? 이 아까운 고기들을 몽땅 버리다니요?
--- 고기가 상했느니라.
--- 상한 줄 아셨다면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고기를 사오게 하셧습니까요?
--- 만일 다른 사람이 상한 줄 모르고 이 고기를 사다 먹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 ......
--- 그렇다고 가난한 덕쇠가 이 상한 고기를 버릴 수도 없지 않겠느냐? 그래서 누가 관가에라도 고하면 덕쇠가 치도곤을 당하겠지.
--- ......
--- 또, 우리가 만일 덕쇠를 설득하여 고기를 버리도록 한다면 덕쇠의 손해가 얼마나 크겠느냐? 덕쇠의 어멈이 오래 병석에 누워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 처지에 말이다. 아뭏튼 이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느니라.
 
 


눈물도 많고 한도 많았던 우리의 역사.

그러나 가난과 학정, 부단한 외침 속에서 넘어지고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 기둥을 세우고 씨를 뿌리던 우리 선조들.
힘들고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멋과 슬기가 어린 문화유산(文化遺産)을 우리에게 남겨준 그들의 생활 속에는
이러한 아량과 인정(人情)이 넘치는 이야기들이 숱하게 숨어있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는 어떠한가?
남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것을 감정의 사치라 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사람을 우둔하다 조롱하고,
옳은 것을 옳다 함이 때로 무력한 자의 억설(臆說)로 채찍을 받는 사회
조그마한 일에도 이해득실(理害得失)을 따져 발을 옮기는 배금주의, 물신주의!

우리는 과연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길 것인가?
 


  --------- 허신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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